2010년 11월에 만난 배우 조원희님 이야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주목 받았던 캐논 EOS 60D의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주는 감동의 무게에 비하면 DSLR은 무겁지 않다고 말했던 그 광고. 아마도 그 광고를 보면서 DSLR을 촬영하는 많은 사람들이, 굳이 조금 어렵고 무거운 DSLR로 사진을 찍는 명쾌한 이유를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겁다<무겁지 않다’라는 카피 이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그 카피를 말하는 담담한 어조의 목소리였다. 편안하면서도 따뜻하고, 담백하면서도 신뢰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조원희다. 그는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오랫동안 연기를 해온 베테랑 배우이다. 현재 LG 아트센터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공연 중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아빠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조원희를 공연장에서 만났다. Canon. 요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바쁘지만 행복하시겠어요. 몇 년 전,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를 굉장히 감명 깊게 봤어요. 영화를 보면서 언젠가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나온다면 꼭 한번 저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어요. 그러던 중 국내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스케줄이 바빠서 오디션에 참석을 못했지요. 그러다가 다른 작품 촬영이 끝나고 기회가 닿아서 오디션을 봤는데, 운 좋게 캐스팅이 됐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한 배우 분들을 포함해서 150명 정도가 빌리 아빠 역할로 오디션을 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시기와 기회가 잘 맞아서 운 좋게 공연팀에 합류하게 되었죠. 캐스팅이 되고, 첫 연습을 나갔는데요. 사실 저는 늦게 캐스팅된 경우라서, 이미 다른 분들은 몇 달 동안 연습을 하고 계신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연습장에서 아이들을 처음 봤는데, 많은 아이들 속에서 느낌만으로 네 명의 빌리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겠더라고요. 물론 남자 아이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말이죠. 며칠 후, 총 리허설을 하는데 작품에 완전하게 빠지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몰입이 되고, 연기하면서 눈물도 많이 나더라고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빌리 엘리어트와 제가 운명적으로 맞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어요. Canon. 빌리 얘기 좀 해주세요. 아이들이랑 연기하느라 어렵진 않으세요? 아무래도 아이들이랑 공연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실수할 경우에 제가 대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물론 이제는 네 명의 빌리를 모두 믿지만, 다른 작품보다 긴장감이 더한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좋아하는 술도 자제하고, 공연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중에서 Canon. 매일 공연을 하면 소모되는 에너지가 상당하실 것 같아요. 관리도 중요할 것 같고요. 처음에는 스케줄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뮤지컬을 시작하는 시점에 영화랑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었거든요. 제작진은 싱글 캐스팅을 원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얘기했었죠. 그런데 제작진이 전세계적으로 빌리 아빠는 무조건 싱글 캐스팅이라고 하면서 싱글 캐스팅을 강력하게 요청하더라고요. 결국 드라마는 서둘러 진행하고 영화는 포기하고, 힘들게 싱글 캐스팅으로 뮤지컬을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전 세계 빌리 아빠는 최소 더블 캐스팅이더라고요. 제가 너무 순진하게 제작진을 믿었던 거죠.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빌리 아빠를 한다면 질투가 날 것 같다는… 작품도 너무 좋고,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나 봐요. 네 명의 빌리 아빠가 모두 저인 것이 좋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많이 속상하고, 서운했을 것 같아요. 공연을 위한 관리라면… 좋아하는 술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인 것 같아요. 제가 술을 워낙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제가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신 지 7개월 가량 됐어요. 이 작품은 잠시도 긴장감을 놓치면 안되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 아니고는 절대 술을 마실 수가 없어요.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에만 공연을 쉬거든요. 사실 공연이 끝나면 많이 지치기 때문에 500CC 맥주 한 잔이 간절한데, 그것조차 자제하고 있으니까요. 그만큼 힘든 작품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공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Canon. 얼마 전 100회 기념 공연을 하셨죠? 공연 횟수가 많은 만큼 공연 중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세용 빌리가 저에게 ‘엄마’라고 한 적이 있어요. 세용이의 핑계인 즉, 제가 공연 중에 대사를 바꾼 것 때문에 당황해서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세용 빌리도 저도 순간적으로 당황했었죠. 그리도 또 다른 하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슬픈 얘기인데… 선우 빌리가 공중에 덤블링을 하다 사고가 났었어요. 몇 초간 정적이 흐른 후, 선우 빌리가 일어나서 다시 공연을 하는데 너무 안쓰럽고 걱정돼서 저를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울음을 참고 공연했었어요. 그때 그 일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Canon.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감명 깊게 보셨다고 하셨는데, 영화랑 뮤지컬이 많이 다른가요? 캐릭터를 만드시거나 연기를 하시는데 영화가 도움이 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도움이 많이 되었죠. 영화는 진중하고, 진솔한 아빠의 모습을 그렸죠. 하지만 영화와 달리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경우에는 코믹스러운 아빠의 모습과 따뜻한 아빠의 모습이 공존해요. 아무래도 뮤지컬은 유쾌한 웃음의 코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객을 위해 코믹적인 요소가 포함될 수 밖에 없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고요. 사실 이건 제 자랑인데, 초반에는 외국 연출가들이 제 목소리가 너무 멋있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광부의 역할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빌리 아빠 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의 아빠가 아닌 저만의 색깔을 더한 한국적인 아빠의 모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그런 계획이 절묘하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한국적인 눈물 코드가 들어간 변형된 아빠라고나 할까? 무뚝뚝하지만 실제로는 정도, 사랑도 많은 우리의 아빠로 자리 잡힌 것 같아요. Canon. 배우 생활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학교 다닐 때 연극반을 했었어요. 친구들이 연극반에 가면 예쁜 친구들이 많다고 해서 따라 갔는데, 목소리 덕분에 연극반에서 활약을 했죠. 교수님이나 선배들도 잘한다고 칭찬해주시고 연극을 하면 좋겠다고 권유도 하시고,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후에는 스스로 연극에 빠져서 극단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하게 됐죠. 그 당시 처음 들어간 극단이 <현대극장>이라는 곳이었는데, 뮤지컬을 전문으로 하는 극단이었어요. 그때 그 극단에 김갑수 선배, 설도윤 선배, 윤복희 선배, 유인촌 선배 등 그 유명한 배우들이 많았어요. 물론 처음에는 연극을 하고 싶어 극단에 들어갔던 것인데, 알고 보니 뮤지컬만 하는 극단이더라고요. 그렇지만 스타들도 볼 수 있고,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적지만 월급도 나오고, 연기, 춤, 노래도 배울 수 있고, 장점이 많다 싶어서 그 곳에 한 동안 있었죠. 그곳에 있다 보니 꽤 인기도 끌고, 중요한 배역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가 되었어요. 차에 꽃이며, 인형이며 가득할 정도로 팬들이 저를 쫓아 다니던 시절이 있었죠. 그 당시 제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라는 뮤지컬에서 토니 역을 했었어요. 그러던 중 어떤 노부부가 제 뮤지컬을 보고 너무 감명 깊었다며 진심 어린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칭찬이 감사했지만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스스로 당당해지기 위해서라도 대학로에 가서 연기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뮤지컬 스타로 이름을 막 알리기 시작했고 수입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다 포기하고 대학로를 가겠다니까 주변 분들이 반대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가 고집을 부렸고, 결국은 대학로 극단에서 새롭게 연기자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리고 어릴 때는 전혀 몰랐는데, 저희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에 KBS 1기 가수도 하시고 <오발탄> 같은 영화에도 조연으로 출연하시고 그러셨더라고요. 나중에 친인척들이 그 얘기를 해주시며 피는 못 속인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Canon.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해보셨네요.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 CF, 연극. 비슷한 일이지만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연기 패턴이 많이 틀리죠.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과거에는 제일 연기를 못했던 파트가 뮤지컬이었어요. 제 스스로도 그것이 싫어서 대학로로 갔던 것이었고요. 그리고 연극 배우는 약간 과장되게 연기하는 특징이 있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경계가 많이 무너져서 장르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편이예요. 그래도 연극이나 뮤지컬은 극을 하고 있는 동안 굉장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호흡이나 몰입의 측면에서 능력을 갖춘 연기자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섬세한 연기가 필요한 반면에 NG가 있고, CUT이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연기하기는 힘들죠. Canon. 말씀을 들어보니 무대에 대한 애착이 많으신 것 같아요. 네. 저는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를 정말 많이 좋아해요. 돈이 제일 안 되는 장르죠. 아이리스 촬영지, 헝가리에서 담은 사진들 ⓒ조원희 Canon. 드라마 <아이리스>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셨잖아요. 홍승룡 박사 역할 하시고, 지난 줄거리를 소개하는 나레이션도 하셨죠? 사실은 아이리스보다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 전에 <카인과 아벨>이라는 드라마를 했어요. 제가 배우 신현준씨랑 친해요. 저는 방송이나 영화 일을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으니까 신현준씨가 캐스팅되면 저를 소개시켜줘요. 저에게는 좋은 낙하산이죠. 하하. 담당 PD가 처음에는 저에게 의사 역할을 하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그 드라마 속 ‘최복근’이라는 악역이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해보고 싶다고 제의를 했고, 결국은 그 역할을 하게 되었죠. 최복근은 캐릭터 자체의 개성도 강하고 비중도 꽤 있는 역할이었어요. 사실 <아이리스>의 홍승룡 박사보다는 열 배 이상 큰 배역이었죠. 그 역할을 위해 살도 찌우고, 목소리 톤도 다르게 내고 나름대로 노력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시청률이 그리 좋지 않아서 그런지, 드라마 끝난 후에는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요. 반면에 <아이리스>는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은 드라마라서 그런지 몇 회 출연을 안 했는데도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더라고요. 나레이션에 나왔던 목소리도 많이 기억해주시고요. <아이리스>의 줄거리 나레이션은 제가 그 쪽 영화사 대표랑 친해서 예고편 목소리 필요하면 해드리겠다고 말한 것에서 시작되었어요. 그게 발전돼서 옛날처럼 지난 줄거리를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마케팅 팀에서는 촌스러워서 안 된다고 반대했는데, 결국은 대표가 우겨서 앞에 줄거리를 넣게 되었던 것이죠. 그런데 그게 대박이 났어요. 드라마 '카인과 아벨' 최복근 역드라마 '아이리스' 홍승룡 역 Canon. 정말 요즘 광고에 목소리 출연 많이 하시죠? 광고주들이 저를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성우들과 달리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보통 캐논 광고 목소리와 아이리스 나레이션 목소리가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 못하시더라고요. 특히 제 목소리는 '진심이 짓는다', '사람을 사랑합시다', '불리한 전쟁을 시작합시다' 같은 자연 스러운 컨셉의 광고 카피로 많이 알려졌죠. 제가 아는 지인이 자연스러운 컨셉으로 광고 카피를 녹음해야 하는데, 성우들 같은 경우에는 목소리나 발음이 좋지만 톤이 강해서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고, 일반인의 경우에는 어눌하니까 어떤 사람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저를 떠올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광고를 녹음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연기하듯 감정을 담아서 대사를 했더니 너무 슬프고 광고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담백하게 읽어달라고 주문하더군요. 그래서 정말 평소에 말하듯이 편안하게 녹음했는데, 결과적으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 이후로 많은 광고에 목소리 출연을 하게 되었고, 그 덕에 평생 못 벌었던 돈을 요즘 다 벌고 있습니다. 하하. 드라마 '카인과 아벨' 촬영지에서 ⓒ조원희 Canon. 캐논 EOS 60D 광고 '무겁다 < 무겁지 않다'도 매우 인상에 남아요. 캐논 광고 녹음은 정말 편하게 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프리젠테이션 용으로 녹음했기 때문에 정말 부담 없이 했거든요. 대본 보고 편안하게 읽었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는 광고 카피를 받으면 일단 대충 외우고, 실제 녹음할 때에는 대본은 옆에 두고 눈을 감고 해요. 글자를 따라가면 감정이 깨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성우들이랑 차이가 있나 봐요. 처음에는 그런 작업 방식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도 많았는데요. 이제는 제가 배우니까 감정에 몰입하는 방식이 성우들과는 다르고, 또 그렇기 때문에 표현되는 방식도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주고 이해해주는 것 같아요. Canon. 얼굴과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연기와 목소리 만으로 표현하는 연기는 다르죠? 여백이 있잖아요. 목소리 연기를 하실 때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점이 있나요? 저한테 들어오는 대부분의 작업은 따뜻하고 감성적인 컨셉이 많아요. 예를 들어 '일초의 찡그림' 같은… 목소리만으로 연기하기 때문에 오히려 감성적인 카피를 표현하다 보면 스스로 다소 느끼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과장되는 경우도 있는데, 다른 분들은 좋아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광고는 짧은 시간 동안에 강한 여운을 남겨줘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과장도 용납이 되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인상에 남고, 신뢰감도 느껴지기 때문에 광고 분야에서 제 목소리가 통하나 봐요. 중국 상하이에서 ⓒ조원희 Canon. 간접적이고 여운이 있는 매체라는 측면에서 목소리 연기와 사진이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사진 좋아하세요? 항상 카메라를 갖고 다니면서 촬영하는 편이예요.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기술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요. 기록을 남기고 추억을 담는 게 좋아서 사진을 찍어요. 특히 해외에 촬영을 나가는 경우에는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여행하고 사진도 찍어요.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모습도 찍고, 저의 감성을 자극했던 풍경도 찍고요. Canon. 사진 촬영이 하시는 일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있나요? 물론 도움이 되죠. 저는 사진들을 보면서 제가 그곳에 서있다는 상상을 해요. 상상을 하면서 감정을 잡는 거죠. 특히나 제가 여행하면서 직접 촬영한 사진의 경우, 그 사진들이 촬영 당시 제가 느꼈던 감성을 되살려주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더욱 소중해요. 때로는 여행하면서 어떤 작품의 특정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나중을 위해서 주저 없이 셔터를 누르죠. 연기에 영감을 주는 사진들 ⓒ조원희 Canon. 어떤 카메라 사용하세요? 저는 주로 해외 촬영이 있을 때나 여행을 하는 경우에만 사진을 찍기 때문에 카메라를 잘 다루지는 못해요. 익숙해질만 하면 몇 달 쉬고, 또 익숙할만 하면 쉬고 그러니까요. 초창기에는 PowerShot S25 같은 컴팩트형 카메라를 사용했고요. 몇 년 전쯤 인가부터는 DSLR을 구입해서 쓰고 있어요. 최근에는 사용하던 카메라가 낡아서 제가 광고에 참여했던 EOS 60D에 관심을 갖고 있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공연 때문에 거의 촬영을 못하고 살아요. 지금 제 카메라도 차에서만 뒹굴고 있은 지 8개월 가량 된 것 같네요. 해외 촬영이나 여행에서 항상 함께하는 카메라 ⓒ조원희 Canon. 지금까지 촬영했던 장소나 사진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프라하가 많이 기억에 남아요. 아이리스를 촬영하러 헝가리에 갔었는데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시간이 많이 남아서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체코의 프라하로 갔어요. 프라하는 도시 자체가 감성적이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들고, 너무 아름다웠어요. 10시 20분 버스를 타고 헝가리로 돌아가려고 예약을 해놓고, 프라하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프라하성 야경을 촬영하고 싶어서 기다렸는데 10시가 다 돼도 하늘이 밝은 거예요. 저는 해가 그렇게 늦게 진다는 걸 몰랐어요. 결국은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버스를 타기 위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어요. 미련이 남아서 뛰면서 촬영하고, 뛰면서 촬영하고 그랬지요. 사실 그래서 멀리서 촬영해야 했고, 사진도 흔들렸지만 기억에 남아요. 좋았던 기억이 하나 더 있는데요. 시드니에 갔을 때였어요. 우연히 하늘을 봤는데, 누군가가 비행기로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무슨 아트를 하는 것 같았어요. 앉아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각도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바닥에 누워서 촬영을 했어요. 우리나라 같으면 사람들이 쳐다볼 텐데 그곳은 별로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그런데 그 순간이 너무 자유롭고, 행복했어요. 기억에 남는 프라하 야경 ⓒ조원희 Canon. 다양한 분야에서 연기를 하고 계시면서 교수님이기도 하시잖아요? 학교에서는 어떤 선생님이실지 궁금하네요. 강의는 3년 전에 성균관 대학교에서 연기를 가르치면서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 안 해봤었는데, 막상 강의를 해보니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저는 이론이 아니라 실기 위주로 수업을 했고, 주입식이 아니라 실습 위주로 수업을 했어요. 학생들에게 톤이나 발음을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감정을 이입시키는 방법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는데 제가 지도한 것 이상으로 학생들이 변화하고, 이루어내는 것을 보니 너무 보람되더라고요. 제가 좋다고 느꼈던 만큼 학생들도 좋았는지 소문이 나서 그 후 여러 곳에서 저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때의 경험을 계기로 지금은 경기대학교에서 겸임 교수를 하고 있고요. 만약에 훗날 제가 필드에서 배우 생활을 하기 힘들어지거나 흥미가 없어 진다면 정식으로 공부를 더 해서 직업으로 연기 선생님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을 만큼 학생들을 만나는 일은 행복해요. 일본 동경에서 ⓒ조원희 Canon. 성우가 아니지만 목소리 연기로 더 많이 알려지셨는데, 혹시 배우의 입장에서 아쉬운 마음이 있나요?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너무나 사랑하고, 27년 동안 배우를 했지만 최근에는 ‘배우 조원희’ 보다는 ‘성우 조원희’란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지요. 며칠 전, 제가 녹음한 G20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신 어떤 분께 큰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어요. 그 메일을 보고 너무 기쁘고 고마웠고요. 비디오가 아니고, 목소리만이더라도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겨진다는 것이 기쁘고, 그것 역시 제가 사랑하는 연기로 이뤄낸 성과기 때문에 뿌듯해요. 요즘에는 저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보람도 느끼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Canon.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좀 말씀해 주세요. 요즘에는 광고 일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다른 스케줄 때문에 일을 많이 못하니까 저에게 성우만 하라고 충고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전 싫다고 말했어요. 저는 현재 제가 전문 성우가 아니라 연기자이기 때문에 저만의 담백함과 자연스러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의 그런 면을 많은 분들께서 좋아하신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좀 더 멋있게 더빙하려고 했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런 스타일이 오히려 흔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발음이 조금 부정확해도, 멋을 부리지 않아도 편안하고 친숙하게, 그냥 저답게 접근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녹음할 때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겉멋이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해요. 광고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언젠가는 제 목소리가 다 똑같이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때는 광고 일을 몇 달 쉬고 연기에만 집중하는 방법으로 극복했어요. 뮤지컬이든 드라마든 광고든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작지만 중요한 제 목표예요. 편안한 모습으로 진솔하게 인터뷰에 응해준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매력적인 목소리 덕분에 녹음해온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는 내내 행복했다. 게다가 인터뷰가 끝나고 봤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인터뷰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몇 시간 전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 조원희는 완벽하게 변신해 있었다.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난 그는 거칠지만 따뜻한 천상 광부, 빌리 아빠였다. 그는 공연 중 아들 빌리가 넘어졌던 일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릴 만큼 진심으로 작품에 몰입해 있었고, 또한 그러한 진심 때문에 관객들이 그의 작품과 연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히 좋아서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소위 ‘잘나가는’ 배우가 아닌 채로 무대 위에서 오랫동안 연기라는 것을 하면서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기뻐할 줄 알고,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동하는 그의 순수함이 멋지다. 앞으로 진정성 있는 배우 조원희의 모습을 더 많은 무대와 다양한 매체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Interviewer _ 노연숙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디지털 사진 전공, 박사 수료 <사진 유저를 위한 디지털 암실>, <디지털 사진 A to Z>, <사진이 즐거워지는 디지털 카메라> 저자 홈페이지: www.full-swing.net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중에서
아이리스 촬영지, 헝가리에서 담은 사진들 ⓒ조원희
드라마 '카인과 아벨' 최복근 역
드라마 '아이리스' 홍승룡 역
드라마 '카인과 아벨' 촬영지에서 ⓒ조원희
중국 상하이에서 ⓒ조원희
연기에 영감을 주는 사진들 ⓒ조원희
해외 촬영이나 여행에서 항상 함께하는 카메라 ⓒ조원희
기억에 남는 프라하 야경 ⓒ조원희
일본 동경에서 ⓒ조원희